고혈압 망막병
고혈압 망막병 (hypertensive retinopathy, HTNR)[1]
고혈압은 당뇨 망막병증을 악화시키고, 망막 동정맥 폐쇄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과 관계가 있으며, 개방각 녹내장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고, 고혈압이 있는 경우 맥락막 신생혈관막이 발생한 눈의 반대쪽 눈에 신생혈관 빈도가 증가하는 등 다양한 안질환과 관계가 된다.
역학
시신경 유두 부종을 제외한 HTNR 에서 보이는 소견 들은 40세 이상 성인에서 흔하며, 유병률은 2~17%로 보고 되었다[2]. 이들 연구에서는 고혈압 망막병의 소견들은 나이에 따라 증가하고,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고하였다[3].
소견은 혈압의 정도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4]. 전반적인 소동맥 협착 (generalized arteriolar narrowing, GAN) O| 고혈압의 발현보다 선행할 수 있다[5]. 한 연구에 서는 GAN 소견을 가지는 정상 혈압을 가지는 사람에서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GAN 소견을 가지는 경도의 고혈압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GAN은 보다 광범위한 전신 말초혈관의 수축을 반영하는 소견으로서,고혈압의 초기 임상적 마커가 될 수 있다. 소아에서의 연구에서 망막 소동맥 협착과 상승된 혈압 사이의 연관성은 4~5세와 같이 어린 나이에서도보고된 바 있다. 또한, HTNR 의 소견이 과거의 혈압 정도 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예를 들어, GAN과 소동맥정맥 함요 (arteriovenous nicking) 소견은 현재의 혈압 정도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혈압 정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는 위 두 가지 소견이 오래된 고혈압의 누적 효과를 반영하는 만성 고혈압성 손상의 마커임을 시사한다. 반면, 국소 소동맥 협착, 망막 출혈, 미세혈관류, 면화반은 현재의 혈압 정도와만 연관성을 가지며, 혈압의 단기적인 변화의 효과를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HTNR의 소견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망막 소정맥 직경이 망막 혈관의 상태와 전신 상태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를 가질 수 있다. 몇 가지 연구들에서 망막 소정맥의 확장이 혈압의 증가 정도나 고혈압 발생과 관련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병태 생리
고혈압성 질환은 지속적인 동맥압의 병적인 상승과 전체 말초 저항의 증가로 뇌, 심장, 신장, 대동맥, 눈 등에서 혈관 질환을 유발하며 다양한 임상 양상을 나타낸다. 눈은 이러한 혈관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전신 혈압이 상승되면 망막 순환의 자가 조절에 의해 상승된 혈압에 대해 일정한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망막 혈관이 국소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수축된다. 지속적인 혈압의 상승은 혈장과 적혈구의 혈관외 유출을 동반하는 내측 혈액-망막 장벽의 파괴를 유발할 수 있어 망막 출혈, 면화반, 망막 내 지질 침착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에는 별 모양의 황반 삼출물이 발생한다. 심한 고혈압의 경우에는 망막 모세혈관의 폐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전신 질환과의 관련성
뇌졸중
무증상의 뇌졸중 및 뇌졸중,기타 뇌혈관계 질환과 강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미국에서의 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서는 중등도의 HTNR 소견을 가지는 건강한 중년이, 중등도의 HTNR이 없는 이들과 비교해서 MRI로 관찰되는 무증상의 뇌경색, 뇌백색질 병변, 뇌위축 및 뇌미세출혈을 더 동반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6]. 또한, 중등도의 HTNR을 가진 사람들은 이 소견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 비해 뇌졸중의 발생이나 열공 뇌졸중 (lacunar stroke) 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었다.
관상동맥 질환
무증상의 죽상경화 질환 (atherosclerotic disease) 에 대한 다양한 마커들과 관련성을 가지는데, 이에는 관상동맥 석회화, 대동맥 경직도 (aortic stiffness), 좌심실 비대, 경동맥 내중막 두께 (carotid intima-media thickness) 등이 포함된다[7]. 또한, 고혈압 망막병 소견이 관상동맥 질환 및 울혈성 심부전의 예측인자라는 보고도 있었다. HTNR이 심혈관 질환 사망률, 뇌졸중 사망률, 관상 동맥질환 사망률과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다른 표적 기관 손상과의 관련성
신장 질환 환자에서의 위험인자라는 보고가 있었고, 미세알부민뇨 및 신장 손상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치매
고혈압은 인지 장애 및 치매의 위험인자이다. 미국의 한 다기관 연구에서 HTNR 소견이 인지기능 표준화 점수의 감소와 관련성을 가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HTNR 과 치매의 발병률 및 망막 소정맥의 확장과 치매의 발생률과의 관련성에 대한 대규모 전향 연구도 있었다.
진행[8]
- 혈관 수축 단계 (vasoconstrictive phase) : 혈압 증가에 따른 초기 반응은 혈관 연축과 혈관 운동성 긴장의 증가이며, 최적의 혈류량을 조절하기 위해 망막 소동맥 협착이 일어난다. 이 단계에서는 임상적으로 전반적인 (GAN) 또는 국소적인 망막 소동맥 협착 (FAN) 이 관찰된다.
- 경화 단계 (sclerotic phase) : 내막 비후, 중막 벽의 증식,유리질 변성 (hyaline degeneration) O| 일어난다. 미만성의 혹은 국소적인 망막 소동맥 협착, 소동맥 벽의 혼탁화 (구리선 또는 은선 반사), 소동맥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교차 부위의 소정맥이 압박 되는 소견 (소동맥정맥 함요; arteriovenous nicking or nipping) 이 관찰된다.
- 삼출 단계 (exudative phase) : 혈압의 증가가 만성흑으로 지속되면 혈액-망막 장벽이 손상되며, 평활근과 내피세포의 괴사,혈액과 지질의 삼출, 망막 신경섬유 층의 허혈이 일어나서 미세혈관류, 망막출혈, 경성 삼출물, 면화반이 관찰된다.
- 악성 고혈압기 (malignant HTN phase) : 매우 심한 고혈압에서는 시신경유두 부종이 동반될 수 있는데, 이는 뇌압 상승을 동반한 고혈압성 뇌병증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여러 단계는 항상 순차적 인 것은 아니 다. 예를 들어, 급성으로 혈압이 상승한 환자 에서 소동맥정맥 함요 등의 경화 단계의 소견이 없이, 망 막출혈 등의 삼출 단계의 소견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혈압 증가만으로는 HTNR의 모든 병태생리적 기전을 설명할 수 없다. 관여하는 과정으로는 염증, 내피세포 기능 이상,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 산화 스트레스 등이 있다. 고혈압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 HTNR 소견이 종종 관찰되기도 한다[9].
소견
대개 무증상이고 안저 소견을 통해 진단 된다.
소동맥-정맥 교차 부위의 변화 (arteriovenous crossing changes)
- Salus 징후 : 경화성 변화에 의해 소동맥과 교차 부위에서 소정맥의 주행 방향이 바뀐다.
- Gunn 징후 : 소동맥-정맥 교차 부위에서 소정맥이 압박되어 가늘어진다.
소동맥의 변화
소동맥의 혈관 직경이 감소되어 소동맥 정맥비 (A/V ratio) 가 감소항다 (1:3). 정상적인 소동맥 정맥비는 2:3이다. 소동맥 경화가 진행하면 소동맥벽이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소동맥에 의한 광반사의 모양에 변화가 생긴다. 정상적으로 소동맥의 혈액 기둥 중앙부에는 가는 선이 보이며 이는 혈관벽에 의한 반사광 때문이다. 소동맥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내경이 좁아지면 소동맥에 의한 반사광이 분산되며 '구리선' 반사라 불리는 적갈색의 광반사가 관찰된다. 이 과정이 더 진행하여 혈액 기둥이 보이지 않게 되면 소동맥이 '은선' 모양으로 보인다.
혈관 이외의 망막 병변
망막 출혈은 모세혈관의 폐쇄로 인해 발생하며 신경 섬유층에 있는 출혈은 불꽃 모양을 띠고, 좀 더 깊은 층의 출혈은 점상을 띤다. 망막 부종은 내측 혈액-망막 장벽의 손상으로 발생하며 혈관 누출이 흡수되면서 지질 성분이 남아 경성 삼출물을 형성한다. 면화반은 신경섬유층의 국소적 허혈로 인해 축삭 형질의 이동 장애로 발생하며 주로 시신경 유두 근처의 망막동맥 주위에 발생한다.
분류
Keith-Wagener-Baker 분류법
고혈압 환자의 망막병증의 심한 정도에 따라 분류하였으나, 1, 2기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제한점이 있다.8
- 1기 : 망막 소동맥의 경미한 협착
- 2기 : 망막 소동맥의 국소 협착 및 소동맥정맥 함요
- 3기 : 2기 소견 + 망막 출혈, 면화반, 경성 삼출물
- 4기 : 3기 소견 + 시신경 유두 부종
Wong, Mitchell 의 분류법
각 단계의 예후에 근거하여 단순한 분류법을 보고하였다[10].
- 없음 : 특이 소견 없음
- 경도 : 전반적인 소동맥 협착 (GAN), 국소적인 소동맥 협착 (FAN), 소동맥정맥 함요, 소동맥 혈관벽의 혼탁 (구리선 또는 은선 반사), 또는 이들의 조합
- 중등도 : 망막출혈 (점상 또는 불꽃 모양), 미세혈관류, 면화반, 경성 삼출물, 또는 이들의 조합
- 악성 : 중등도 소견 + 시신경 부종 + 심한 혈압 증가
치료
만성적으로 상승된 혈압의 효과는 눈에서 고혈압 망막병과 고혈압 맥락막병의 소견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다른 계통에서 일어나는 혈관 변화를 반영한다. 안과 의사와 내과 의사는 고혈압 환자를 효과적으로 검진하고, 안과적 질환 및 전신적 질환의 이환 및 사망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11].
치료는 질환의 중등도 분류에 따라 다음과 같다. 경도에서는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조절한다. 중등도에서는 혈압의 측정과 조절 이외에도, 당뇨 등의 다른 위험인자 동반 여부 및 심혈관계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과 의사에게 진료 의뢰가 필요하다. 악성 (중증) 은 사망률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응급 진료 의뢰 및 치료가 요구된다. 표적기관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장, 심혈관계, 뇌혈관계 등의 다른 계통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예후
한 연구에서는 악성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진단 2개월 이내 사망률이 50%, 1년째 사망률이 90%에 달한다고 보고하였다.10 시력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시신경 유두 부종이 지속된 이후 이차적으로 시신 경 위축이 생기거나, 삼출성 망막박리 이후 망막의 색소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등이 있다.
참고
- ↑ 망막 5판, 2021 (한국 망막 학회, 진기획)
- ↑ Jeganathan VS et al. Prevalence and risk factors of retinopathy in an Asian population without DM : the Singapore Malay Eye Study. Arch Ophthalmol. 2010 Jan;128(1):40-5. 연결
- ↑ Wong TY et al. Racial differences in the prevalence of HTNR. Hypertension. 2003 May;41(5):1086-91. 연결
- ↑ Hubbard LD et al. Methods for evaluation of retinal microvascular abnormalities associated with HTN/sclerosis in the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Study. Ophthalmology. 1999 Dec;106(12):2269-80. 연결
- ↑ Klein R et al. The relationship of retinopathy in persons without DM to the 15-year incidence of DM and HTN : BDES. Trans Am Ophthalmol Soc. 2006;104:98-107. 연결
- ↑ Kawasaki R et al. Retinal microvascular signs and 10y risk of cerebral atrophy : the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ARIC) study. Stroke. 2010 Aug;41(8):1826-8. 연결
- ↑ Triantafyllou A et al. Association between retinal vessel caliber and arterial stiffness in a population comprised of normotensive to early-stage HTN individuals. Am J Hypertens. 2014 Dec;27(12):1472-8. 연결
- ↑ Wong TY et al. Hypertensive retinopathy. NEJM. 2004 Nov 25;351(22):2310-7. 연결
- ↑ Wong TY et al. Retinal microvascular abnormalities and their relationship with HTN, cardiovascular disease, and mortality. Surv Ophthalmol. 2001 Jul-Aug;46(1):59-80. 연결
- ↑ Downie LE, et al. HTNR : comparing the Keith-Wagener-Barker to a simplified classification. J Hypertens. 2013 May;31(5):960-5. 연결
- ↑ Fraser-Bell S et al. Hypertensive eye disease : a review. Clin Exp Ophthalmol. 2017 Jan;45(1):45-53.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