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색소변성
망막 색소변성 (retinitis pigmentosa; RP)[1] 은 진행성 광수용체의 기능 장애로 양안을 모두 침범하며 시야 손상이 진행하고, 전기 생리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며 망막의 색소성 변성을 동반하는 여러가지 유전 질환군을 말한다.
역학
국내 발생률은 100,000명 당 1.64명으로 보고되어 있다[2].
유전
현재까지 80개 이상의 유전자에서 4,00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이 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고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성 유전에서 30개, 열성이 62개, X염색체 연관이 3개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 유전자는 우성과 열성이 모두 가능하다. 망막 색소변성은 유전적 이질성 (heterogeneity) 이 매우 커서 임상적 표현형을 근거로 유전적 돌연변이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원인 유전자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USH2A, EYS, PDE6B, PRPF31, RHO, RP1 등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분류
- 비증후성 망막 색소변성 (nonsyndromic RP) : 눈 증상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 증후군성 망막 색소변성 : 20~30% 환자는 청각 장애, 지능 저하, 다지증 등 다른 장기의 이상을 동반한다.
- 레버 선천 흑암시 (Leber congenital amaurosis)
- Goldmann-Favre disease
- preserved para-arteriolar retinal pigment epithelium (PPRPE)
- 흰점 망막염 (retinitis punctata albescens)
- 바르데-비들 증후군 (Bardet-Biedl syndrome)
- 레프숨 증후군 (Refsum syndrome)
- 바텐 병 (Batten disease; neuronal ceroid lipofuscinosis)
증상
야맹증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암순응 장애에 의한 야맹증이다. 환자는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적응을 정상인보다 못하고 어두워지면 행동에 장애를 나타낸다. 이런 야맹증은 대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며 성인이 될 때까지 호소하는 유일한 증상일 때가 많다. 보고에 의하면 유전 형태에 따라 발병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알려져 있는데, X염색체 열성과 상염색체 우성인 환자는 상염색체 열성인 환자보다 이른시기에 발병하며, 20세가 되기 이전에 X염색체 열성인 환자의 87%와 상염색체 우성의 75%의 환자가 증상을 갖게 됨에 반하여 상염색체 열성 환자는 61%에서 증상을 갖게 된다고 한다.
시력 저하
X염색체 열성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심 시력은 대개 말기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말기까지 진행하여 중심부 망막이 이환되면 당연히 중심 시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게 되지만, 아주 진행된 후기에서도 중심 시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Marmor에 의하면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하는 진행된 망막 색소변성 환자의 시력 감소 진행의 연구에서 시력이 20/40에서 20/200까지 나빠지는 데 약 6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막대세포만을 침범하는 것은 아니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초기부터 원뿔세포 역시 침범하는데, 이는 Farnsworth-Munsell 100 hue 검사와 원뿔세포의 역치를 측정하여 확인되었다. 정상인에 비하여 근시가 더 잘 생긴다고 하고 X염색체 유전 양식에서 근시가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녹내장, 원추 각막, 유리체 혼탁 등의 발생 빈도가 높다. 그러나 시력 저하가 항상 망막 중심부가 이환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닌데, 대표적인 경우가 백내장이다. 후낭하 백내장은 흔히 동반되는 합병증으로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시력 저하의 원인이 중심부 망막 기능 저하에 의한 것인지 백내장에 의한 것인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동을 하게 되면 백내장이 덜 진행된 주변부 수정체를 통해 보게 되어 시력이 향상되기도 하며, visual acuity meter나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하면 시력 저하의 원인이 어떤 것인지를 구분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술이 망막 색소변성의 진행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나 진행된 주변부 시야 협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또 하나의 중심 시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낭포 황반 부종이 있다. FA나 OCT로 특징적인 낭포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낭포성 부종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며 약 10~20%의 환자에서 동반되고, 약 10%의 환자에서는 미만성 부종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시야 이상
Berson, Massof 등의 보고에 의하면 매년 남은 시야의 약 4.6% 혹은 4.5년에 50%가 감소한다고 한다. 대개 초기에는 고리 암점의 양상을 보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주변부로 진행하고 또한 중심 시야만을 남기게 되고 종국에는 중심 시야마저 잃게 되어 부분적인 주변부 광각만이 남게 된다. 질병의 경과 중에 광시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주로 시야 협착 부위 바로 옆에 나타나며 변성이 진행되는 망망막에서 발생하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색각 이상은 시력이 20/40 이하로 나빠지기 전에는 대개 발생하지 않는다.
초기부터 중심 시력이 떨어진 경우, 색각 이상, 양안의 침범 정도가 의미있게 다른 경우에는 다른 질환을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조기에 중심 시력이 떨어지거나 양안의 침범 정도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임상 소견
가장 특징적인 안저 소견은 주변부 망막색소상피의 탈색소 및 위축, 망막의 색소성 변성, 그리고 망막 세동맥의 가늘어짐이다. 색소의 침착은 망막 내층과 망막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망막 간질내 공간으로 침착되는데, 이것은 특히 혈관이 갈라지는 곳에서 정도가 심하여, 혈관 주위에 색소가 둘러싸여 있거나 뼈조각(bony spicule) 모양의 색소 침착이 생긴다. 이러한 색소성 변성이 침범하지 않은 부위에서도 좀이 먹은 양상이나 후추 소금 안저 양상을 흔히 보인다. 망막 색소상피가 이들 색소의 원천으로 생각되나 이러한 색소성 변화가 질환 자체의 경과인지 아니면 단지 변성 과정의 이차적 산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초기에는 망막 표면의 빛 반사가 두드러져 보이거나 약간 부어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전형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망막 세동맥 직경의 감소가 초기 소견이기는 하지만 FA를 보면 광수용체의 손상이 망막 혈류 순환보다 선행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망막 혈관의 직경이 감소하는 것은 아마도 이차적인 것 같으며 직접적인 병인에 관련되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망막 색소상피는 얼룩덜룩해지고 파괴되어 망막으로 색소가 이동하여 뼈조각 모양의 색소 침착이 있다가 결국에는 색소상피와 맥락막 모세혈관이 위축되어 큰 맥락막 혈관이 두드러져 보인다.
대개 검안경으로 보아 이상이 생긴 시기에는 양안이 거의 같은 정도로 침범하게 된다. 그러나 시야 검사에서 상대적 암점이 있는 경우에도 안저 검사 상 정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안과 의사가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초기의 변화는 망막 전위도 검사에서 막대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광수용체 기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안저를 보이는 환자를 무색소 망막 색소변성으로 진단하였으나 이 질환은 망막 색소변성의 초기 단계인지 독립된 다른 질환인지 확실하지 않다.
시신경 유두는 초기에는 정상 소견을 보이나 진행되면 마치 왁스 모양을 보이거나 아니면 창백한 유두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학적 보고에 의하면 시신경 위축의 소견은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렇게 관찰되는 시신경의 모습은 시신경 유두 위의 신경교세포 증식(gliosis)에 의한 것이거나 세동맥이 가늘어짐에 따라 주위의 색소 침착에 대비되어 상대적으로 창백하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많이 진행된 색소변성에서는 시신경 위축도 올 수 있으므로 유두의 창백은 어느 정도는 시신경 위축에 의하기도 한다. 초기의 가장 특징적인 소견은 시신경 주위로 노랗고 하얀 후광이 보이는 것(golden ring sign)이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이것은 시신경 주위의 색소 침착 및 색소상피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유두 함몰비는 정상보다 작아 보인다.
검사 및 진단
망막 전위도 및 눈 전위도 검사는 임상적으로 명백한 망막 색소변성보다 임상 증상이나 증후가 모호한 경우에 더 도움이 된다. 질환이 의심되는 젊은 환자,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중요한 진단 도구로 이용된다. 그러나, 망막 전위도 검사치가 시력과 일관된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 망막 전위도 : 대부분의 환자에서 반응이 아주 작거나 보이지 않는다. 초기에는 반응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을 수 있고 특히 상염색체 우성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초기에는 암순응 하에서 백색광에 의하여 자극된 광수용체가 나타내는 a와 b 진폭이 감소하고, 진행된 경우 원뿔세포와 막대세포의 모든 진폭이 측정 못 할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10mV). 대부분의 경우 scotopic component가 보다 심하게 감소하나, cone-rod degeneration의 경우는 반대 양상을 보인다. 자연 경과에 대한 연구에서 남아 있는 망막 전위도 진폭의 16%에서 18.5% 정도가 매년 손실된다고 한다.
- 눈 전위도 검사 : 아주 작거나 반응이 없는 light rise 소견을 보인다.
- FA : 초기에 맥락막 순환은 정상 소견을 보이나 진행할수록 망막 상피세포의 변화로 인하여 맥락막기에 얼룩 양상을 보이고 더 진행한 경우에는 색소 침착 부위에서 불규칙한 맥락막 모세혈관 충만 부전 소견을 보이고 후기에 미만성 누출을 보인다. 일부 환자에서 후극부에서 저형광 소견을 보여 노란점 안저에서 보이는 맥락막 고요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FA 상 망막 혈관 직경은 안저 검사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줄어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FA가 진단에 매우 중요한 검사는 아니지만 질병의 초기에 특징적인 안저 변화를 보이지 않을 때도 맥락막 모세혈관의 이상 소견을 보일 수 있고, 범맥락막 위축의 초기 단계와의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 시야 검사 : 진단되거나 의심되는 환자들은 모두 시행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중간 주변부 시야에 조그만 암점이 생기고 이것이 서로 달라붙어서 완전한 고리 모양의 암점을 형성한다. 오랜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거의 모든 주변 시야가 소실되고 중심 시야만 조금 남는다. 망막 색소변성 환자의 시야 검사의 재현도는 정상인보다 현저하게 낮다. 서로 다른 날에 검사한 결과의 차이가 정상인의 약 2배 정도 된다.
- 전안부 검사 : 녹내장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안압은 정상인 경우가 많다. 백내장이 생기는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후낭하 백내장이 많이 생기며 10도 이상의 시야가 남아 있는 환자에서는 이것으로 인한 시력의 감소는 미미한 편이다.
- 대비 감도 : 일반적인 시력 검사보다 황반부의 기능을 더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다.
- 가족력 조사 : 유전의 방식을 알기 위해서는 가계도가 필요하며, 제대로 된 유전 가계도가 되려면 최소한 3대 이상의 가계도가 필요하다.
감별 진단
- 염증성 망막 질환 : 풍진, 매독, 감염성 망막염
- 자가면역 부종양 망막병증
- 약물 독성
- pigmented paravenous retinochoroidal atrophy (PPRCA)
- 외상성 망막병증
- diffuse unilateral subacute neuroretinitis (unilateral retinitis pigmentosa)
- 원뿔-막대 및 원뿔 세포 이상증
치료
망막 색소변성의 근본적인 치료는 아직 없다. 현재까지 치료는 남아 있는 시각 세포를 유지하여 시력 감소를 늦추고 일상 생활에 미치는 불편함을 줄이며 동반된 안과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중점을 둔다.
유전 상담
대부분의 경우 단일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에 질환의 유전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임상적인 경과와 유전 양상 등에 대한 상담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마이크로 어레이 등의 방법도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유전성 망막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패널을 만들어서 이들 유전자에 대하여 원인 변이를 찾아내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whole exome sequencing 이나 whole genome sequencing 등의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 기능 이상의 교정
- 세포 사멸의 완화
- 생활 습관 개선 : 음식물 중 색깔 있는 야채와 lutein 등 황반 색소가 들어있는 계란, 시금치, 호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DHA 등 omega-3 지방산이 들어있는 등푸른 생선, 포도씨 기름, 올리브 기름 등도 좋을 수 있다. 반대로 튀긴 음식이나 담배 등은 몸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킴으로써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유전자 치료
RPGR 유전 이상에 의해 성염색체 열성 유전되는 망막 색소변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각기 다른 바이러스 벡터를 투여하는 3개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1, 2상 임상 시험 2가지 (NCT03316560, NCT03252847) 와 3상 임상 시험 (NCT03116113) 이다. 시술 후 6개월 결과 논문에서 높은 농도를 주사한 환자들에서 망막하 염증으로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하였으나 안전성에 관련한 큰 문제는 없었고 6명의 환자에서 시야의 호전을 보였다[3].
MERTK 연관 망막 색소변성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이 진행되었고 초기 결과에서 6명 중 3명에서 시력의 향상이 있었으나 2년째에 2명에서 소실되었다 (NCT01482195)[4]. PDE6B 연관 망막 색소변성을 대상으로 AAV2 벡터를 사용하는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NCT03328130).
참고
- ↑ 망막 5판, 2021 (한국 망막 학회, 진기획)
- ↑ Rim TH et al. 4-year nationwide incidence of RP in South Korea: a population-based retrospective study from 2011 to 2014. BMJ Open. 2017 May 9;7(5):e015531. 연결
- ↑ Cehajic-Kapetanovic J et al. Initial results from a 1st-in-human gene therapy trial on XL RP caused by mutations in RPGR. Nat Med. 2020 Mar;26(3):354-359. 연결
- ↑ Ghazi NG et al. Treatment of RP due to MERTK mutations by ocular subR injection of adeno-associated virus gene vector: results of a phase I trial. Hum Genet. 2016 Mar;135(3):327-43.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