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 병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 병 (Vogt-Koyanagi-Harada disease; Harada disease; VKH)[1] 은 눈 뿐 아니라 귀, 피부 및 뇌막을 침범하는 질환으로서, 일반적으로 양측성 육아성 전체 포도막염으로 나타난다[2].
역사
안구 염증과 연관된 백모증은 1906년에 Vogt[3]에 의해 보고되었으며, 1926년 Harada[4]는 뇌척수액 백혈구 증가증과 동반된 삼출 망막박리를 가진 후포도막염 환자를 기술하였다. 이후 1929년 Koyanagi[5]는 양측성 만성 홍채섬모체염(iridocyclitis), 피부의 반점형 탈색소, 반점형 모발 손실과 모발 탈색, 특히 속눈썹부위의 탈색증을 가진 6명의 환자들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소견들은 백모증, 백반증, 탈모 및 청각 이상을 동반한 포도막염으로 명명되었다가 후에 여러 학자들이 보그트 (Vogt), 고야나기 (Koyanagi) 및 하라다 (Harada) 가 발견한 소견들을 통합하고 이런 과정들은 동일한 질병의 연속된 상태를 나타낸다고 제안하였고[6], 그 후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 증후군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역학
비록 전세계적으로 보고되지만 유병률에 차이가 있어 백인에게는 드물고 색소가 많은 민족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와 지중해 연안 국가,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빈도가 높다. 10대에서 40대에 높은 빈도로 발생하지만 7세 소아에서도 발생이 보고되었다.
원인
원인은 불명이나 HLA-DR4 및 DRB1*0405와의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다. 색소세포에 대한 자가 면역 질환으로서 말초 혈액에 색소세포에 대한 세포 독성 CD4 및 CD8 세포가 증가되어 있다. interferon-γ와 IL-17의 발현 증가를 바탕으로 T helper 1 세포와 17 세포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이 결과는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 근거가 된다.
임상 소견
- 전구기
- 감기 같은 증상과 함께 뇌막 자극 증상, 두통, 이청각증 등
- 뇌척수액의 세포 증가 (84%) : 증상 발현 후 일주일 이내로 림프구와 단핵구를 주로 하는 백혈구의 증가를 보인다. 눈의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상화되므로 진단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 청각 장애 (70%) : 대개 고음 영역에서 생긴다.
- 이명 : 수개월 이내 호전되나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청각 장애 없이 이명만 느낄 수도 있다.
- 포도막염 시기 (2~6주) : 양안의 후극부에 장액 망막박리가 다발성으로 발생한다. 시신경 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 초기에 유리체 염증과 전안부 염증은 드물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게 되며 망막박리는 수포성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 FA : 초기에 다발성의 과형광 누출이 나타나며, 후기로 갈수록 망막박리 영역에 형광이 고이게 된다. 맥락막의 주름에 의한 저형광의 선이 관찰되기도 한다.
- OCT : 망막박리 부위의 망막하액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일부에서 망막 내부에 낭포성 구조물이 관찰되기도 한다. 낭포성 공간의 외벽은 시세포층과 연결되어 있어 시세포층의 일부가 염증성 섬유소들과 함께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낭포 변화가 중심와를 침범한 경우 초기부터 심한 시력 저하를 보이나 치료 후 최종 시력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 ICGA : 맥락막 혈관의 누출과 함께 육아종에 의한 저형광점을 보이며 후기에 시신경 유두부의 과형광을 보인다.
- 회복기 : 포도막염이 감소하며 피부와 포도막의 탈색소가 일어난다.
- Sugiura 증후 : 각막 가장자리 주위의 백반
- 저녁 노을 안저(sunset glow fundus) : 망막 전체에 탈색소가 일어나 안저가 붉게 보이는 것
이 두 가지는 비교적 특이적인 소견으로 알려졌다. 아래쪽 망막 주변부에서 경계가 잘 지어지는 둥근 백황색의 맥락망막 탈색소 반흔은 교감 안염의 Dalen-Fuchs 결절과 유사한 소견을 보인다. 피부 증상으로는 백반, 흰눈썹, 탈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탈색소 병변은 포도막염 치료가 늦었거나 적절하지 못한 경우 빈도가 올라간다.
- 만성 재발기 : 주로 전안부의 염증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육아종성 홍채섬모체염으로 인한 굳기름 각막 후면 침착물, 염증성 삼출막, 홍채뒤 유착 등이 발생하며 홍채 결절이 관찰되기도 한다. 유리체염으로 인한 유리체 흐림이 동반될 수 있다.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재발로 백내장과 녹내장의 발생 빈도가 높으며 안구 위축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염증의 재발 여부와는 별도로 맥락막 신생혈관으로 인한 황반부 출혈 및 반흔이 생길 수 있다.
진단 기준
미국 포도막염 학회 (AUS, 1978)
- 안구 외상 또는 눈 수술 병력의 부재
- 다음 4가지 증상 중 최소한 3개 이상 존재
- 양측성 만성 홍채섬모체염
- 삼출 망막박리, 불완전형 (forme fruste) 삼출 망막박리, 시신경 유두 충혈 (disc hyperemia) 또는 시신경 부종 및 저녁노을 안저를 포함하는 후포도막염
- 이명, 목 경직, 뇌신경이나 중추신경계 질환 또는 뇌척수액 백혈구 증가증 등의 신경학적 증상
- 탈모, 백모증 또는 백반증의 피부소견
VKH병 국제 워크샵 (2001)
VKH병은 임상경과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므로, 일부 환자에서는 미국 포도막염 학회의 기준에 따라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소견들이 초기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VKH병이 신체 여러 기관계통을 침범하며 질병 초기와 후기에 서로 다른 안구 증상들을 나타내는 것을 반영하기 위하여 다양한 단계에서의 임상 양상들을 포함하는 개정 진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완전형
- 양측 안구 침범
- 질환의 초기 소견
- 질환의 후기 소견
- 과거에 1a의 소견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병력이 있으면서 아래의 2 와 3 이 모두 있던가 또는 3 의 속녀이 여러가지가 있음
- 눈의 탈색소 변화
- 신경학적, 청각 소견 (검사 시점에는 증상이 해소되었을 수 있음)
- 뇌수막 자극 증상 (meningismus), 또는
- 이명, 또는
- 뇌척수액 혈구 증가증
- 피부 소견 (중추신경계 또는 안구 증상의 발생 이후)
- 탈모, 또는
- 백모증, 또는
- 백반증
불완전형
1 이 있으면서 2 또는 3 이 있어야 함
- 완전형의 정의에 따른 양측 안구침범
- 완전형의 정의에 따른 신경학적, 청각 소견
- 완전형의 정의에 따른 피부 소견
추정형
- 완전형 정의에 따른 양측 안구 침범만 존재
감별 진단
매독, 결핵, 교감 안염, 급성 후부 다발성 판모양 색소상피증 (APMPPE), 눈 사르코이드증, 림프종, 뒤공막염, 맥락막 삼출 증후군 및 기타 다른 원인의 장액 망막 박리 등을 포함한다.
치료
스테로이드
전신 스테로이드를 조기 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3-6개월에 걸쳐 천천히 용량을 감량하며 투약을 지속하는 방법이 안구내 염증을 억제하고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최적의 치료법이다.1 이런 치료법은 만성 재발기 로의 진행을 방지하며 또한 안구외적 증상의 발생 및 심각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만일 전신 스테로이드의 감량 이후 안구염증이 재발한다면, 그것은 스테로이드의 감량을 너무 빠르게 진행하였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재발은 이후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염증 조절을 위해 일반적으로 면역억제제나 세포 독성 제제의 사용을 필요로 하게 한다. 전방 내에 염증세포의 침윤이 있는 환자들은 섬모체 경련을 감소시키고 홍채후유착 형성을 예방하기 위해 국소 스테로이드와 조절 마비제의 사용이 필요하다.
고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제인 프레드니손 (prednisone) 을 1~2 mg/kg/d 투여하거나, 200mg/d 의 메틸프레드니솔론 (methylprednisolone) 을 3일간 정맥내 투약하고 이어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경구 투여하며 천천히 감량을 진행하는 것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정맥 내스테로이드 용량을 하루 1g 까지 늘여 3일 동안 투여한 후 천천히 감량해 나가는 펄스 치료법도 사용된다. 스테로이드 투여 시에는 발생 가능한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항상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스테로이드의 전신적 투약 경로로 경구 또는 정맥내 주사 중에서, 국제 VKH 연구 그룹 (International VKH Study Group) 은 투약 경로는 시력 결과 및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합병증의 발생 모두에 있어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Fluocinolone acetonide 유리체내 삽입물과 같이 안구 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는 스테로이드 제제들이 만성기의 환자들에서 안구내 염증을 조절하고 전신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에 대한 의존성을 감소시킬 수 있음도 보고되었다.
면역 조절제
대부분의 경우 초기 포도막염의 발생은 정맥내 또는 경구 스테로이드로 성공적으로 치료될 수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cyclosporine, methotrexate, 또는 mycophenolate mofetil 등의 부가적인 면역 조절제를 필요로 한다. 반면에 염증이 재발한 경우에는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테논낭하 TA 주사에 일시적인 초기 반응을 보이기도 하나, 결국 대부분 면역 조절제 치료가 요구된다[7].
안구내 염증이 스테로이드치료에 저항성을 나타내거나 환자가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 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2.5~5 mg/kg/d 의 cyclosporine 투여가 선호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로 TNF-α (항종양괴사인자) 항체인 infliximab 과 hadalimumab의 사용도 VKH 병의 치료에 보고되었다[8].
이러한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의 투여 시에는 세심한 치료 전 검사와 함께 치료와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 는 모든 부작용에 대하여 경과 관찰 기간 동안 주의 깊은 후속 평가가 필요하다.
합병증
101명의 환자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연구 대상안의 51% 에서 한 가지 이상의 합병 증이 발생하였으며, 백내장 (42%), 녹내장 (27%),맥락막 신생혈관 (11%), 망막하 섬유증 (6%) 의 순으로 흔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합병증은 유병 기간이 길고 잦은 재발 회수를 보였던 환자들에서 더 많이 발생하였다.
- 백내장 : 수술은 안구내 염증이 완전히 호전된 후 시행하여야 하며, 심한 유리체 혼탁이나 부유물이 있는 환자들에 서는 백내장 수술과 유리체 절제술을 동시에 시행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녹내장 : 주변 홍채앞 유착이나 홍채후 유착에 의해 전방각 폐쇄가 진행하여 녹내장이 발생할수 있으며,지속적인 안압 상승은 약물 치료로 조절될 수도 있으나 많은 환자들에서 섬유주 절제술이나 밸브 삽입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 맥락막 신생혈관 :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앞포도막염과 안저의 색소이상이 CNV 발생의 위험과 연관되며, 발생 시 anti-VEGF 제제의 유리체내 주입술을 통하여 치료한다.
예후 및 합병증
초기 시력이 좋은 경우 최종 시력이 더 양호하였으며, 고령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시력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9]. 일반적으로 초기에 고용량의 전신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하여 충분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는 방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대개 양호한 시력 예후를 갖는다. 평균적으로 4~6개월 정도의 치료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2/3 이상에서 0.5 이상의 시력을 유지한다.
참고
- ↑ 망막 5판, 2021 (한국 망막 학회, 진기획)
- ↑ Moorthy RS et al. VKH syndrome. Surv Ophthalmol. 1995 Jan-Feb;39(4):265-92. 연결
- ↑ Vogt A. Friihzeitiges ergrauen der zilien und bemerkungen uber den sogenannten plotzlichen eintritt dieserveranderung. Klim Monatsbl Augenheilkd 1906;44:228-42.
- ↑ Harada E. Beitrag zur klinischen kenntnis von nichteitriger choroiditis (chroiditis diffusa acuta). Acta Soc Ophthalmol Jpn 1926;30:356-78.
- ↑ Koyanagi Y. Dysakusis, alopecia und poliosis bei schwerter uveitis nichttraumatischen ursprungs. Klin Monatsbl Augen heilkd 1929;82:194-211.
- ↑ Snyder DA et al. Vogt-Koyanagi-Harada syndrome. AJO. 1980 Jul;90(1):69-75. 연결
- ↑ Bykhovskaya I et al. VKH disease: clinical outcomes. AJO. 2005 Oct;140(4):674-8. 연결
- ↑ Wang Y et al. Infliximab therapy for 2 patients with VKH syndrome. Ocul Immunol Inflamm. 2008 Jul-Aug;16(4):167-71. 연결
- ↑ Read RW et al. Complications and prognostic factors in VKH disease. AJO. 2001 May;131(5):599-606. 연결